내공선배님 소개
현) 창비부산 소속
인문교양서/문학서/어린이책/ 정기간행물 등 기획 편집 10 년 이상 경력
직무내공
Q. 출판편집자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A. 책을 만드는 사람이다. 흔히 “책을 만든다, 책을 편집한다”라고 하면 디자인이나 교정 교열을 떠올린다. 디자인과 교정 교열을 포함해 첫 기획 단계부터 마지막으로 책이 제작돼 팔리는 단계까지 모든 과정을 전반적으로 관장하는 사람이 편집자이다. 책을 만들 때 콘텐츠의 핵심은 작가의 글이고 편집자는 작가가 창작물을 잘 생산할 수 있도록, 독자들이 그 창작물을 많이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람이다. 편집자들 사이에서는 “편집자는 음지에서 음지를 지향한다.”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철저히 작가의 뒤에서 작가가 좋은 책을 잘 써서 알려지고 또 읽힐 수 있게 그늘에서 지원하는 사람이 바로 편집자이기 때문이다.
Q. 교정 교열이 편집자가 지녀야 할 기초 역량이라 생각했습니다. 교정 교열과 함께 편집자라면 갖추어야 할 객관적인 지표가 되는 역량은 어떤 것인가요?
A.
-교정 교열
교정 교열은 편집자의 핵심 업무지만 책을 만드는 업무 전체에선 일부에 해당한다. 그래서 교정 교열만 외주자에게 맡기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교정 교열된 원고를 검토하는 건 다시 편집자의 몫이다. 그러니 교정 교열 지식과 능력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리고 교정 교열은 단순히 틀린 글자나 비문만 고치는 데 그치지 않고 원고가 더 좋은 구성과 문장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일이다. 단어 하나만으로도 글의 분위기와 맥락이 달라지기도 하니 원고가 더 좋아지도록 작가에게 더 적절한 단어나 문장으로 수정하자는 제안을 한다. 그런데 원고를 바라보는 출판사와 편집자마다 글과 문장에 대한 가치관이나 철학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교정 교열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언어 감각과 경험이 중요하고, 글쓰기 능력도 좋아야 한다.
그리고 모국어에 대한 나름의 이해와 관점도 중요한 역량이다. 문장의 형태나 어순, 단어 차원에서도 그 역량이 발휘된다. 예를 들어 일본식 한자어인 ‘역할’이 ‘배역’, ‘구실’, ‘할 일’, ‘자리’ 등 여러 다른 말을 대신하고 있는데, 이는 모국어의 문제이자 언어의 다양성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니 더 적합한 우리말을, 다양한 표현을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외 역량
가장 관건이 되는 역량은 기획력이다. 책이라는 매체, 이 분야의 흐름을 파악하고 문화콘텐츠에 대한 식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흐름을 파악하는 일에는 변화하는 언어를 파악하는 일도 포함된다. 세상의 다양한 흐름, 출판계 동향, 독자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기획해 작가에게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소통 능력 또한 중요하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편집자가 마주할 디자이너, 조판자, 제작자, 마케터, 홍보 담당자, 거래처 등 협업하는 여러 직무자들의 업무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필요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법도 익혀야 한다. 물론 작가와의 소통이 핵심이다. 작가를 응원하고, 기획과 원고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해서 이를 공유하고, 뭔가 제안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Q. 의학 논문 교정 교열 경력이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어서 이직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그렇게 도서의 분야를 선정하는 것이 직무 수행에 영향이 있을까요?
A. 일을 할 도서 분야 선정은 아주 중요하고 직무 수행에 영향을 많이 준다. 편집자는 이직이 잦은 편인데, 특히 업계에 들어온 초창기에는 분야를 탐색하고 경험해보느라 더 그렇기도 하다. 이는 디자이너 등 출판계 다른 직무도 유사한 현상일 것 같다.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기획하고 만들고 싶은 건 누구에게나 당연한 일이다. 그걸 얼른 찾아가는 게 중요하겠다. 내 초기 이직 과정도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 옮긴 결과이다.
Q. 학술서적 등 전문 영역 출판의 경우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전문 분야에 대한 석사 이상의 학위나 지적 역량이 꼭 필요한가요? 대학 출판부는 어떤가요?
A. 학술서의 경우 인문서와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학술서지만 인문서처럼 편집돼 나와서 대중을 상대로 홍보되기도 하고, 그런 종류의 책만 꾸준히 내는 출판사도 있다. 그렇지만 전문가나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학술서, 전문 서적의 경우 일반 대중서 기획, 편집과 업무 양상이 다소 다르다. 해당 분야 연구자나 대학 교수가 기획을 맡거나 혹은 이미 기획돼 나온 원고를 출판하는데, 편집자는 그 원고가 물리적인 책이 되어 나오도록 하는 일에 주로 집중한다. 예를 들어 의학서의 경우 아예 의사 또는 간호사 등 전문가가 출판사 기획위원으로 일하면서 기획을 하고, 원고 생산 뒤 출간 과정을 편집자가 진행한다. 이때는 대중서를 만드는 감각과 다른 감각이 발휘되어야 하겠다. 이런 분야의 책은 도서관이나 대학, 해당 분야 전문가가 주요 수요처라서 단기간의 판매량은 적어도 수요가 꾸준한 편이기도 하다.
몇몇 대학 출판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 대중용 인문서나 학술서 출판은 전혀 하지 않고 자기네 소속 교수의 강의 교재나 학교 공식 자료 등을 주로 출판하기에 일반 출판사와는 성격이 꽤 다르다. 편집자한테 요구되는 자질 또한 다를 듯하다.
Q. 편집자로 일하며 느끼는 보람이나 매력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늘 책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할 수 있겠다. 물론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편집 일을 하면 안 된다는 말도 있긴 하다. 책이라는 상품을 기획하고 편집하다 보면 그 결과물로 자꾸 책을 보게 되고, 평가하게 되며, 그러면 책을 있는 그대로 독자로서 감상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늘 책과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다양한 사람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 중 하나다. 이를테면 건축가, 원예가 등 평소엔 만날 일이 거의 없는 분야의 사람과 만나 소통할 때가 있고, 이를 위해 전국 어딘가로 출장을 가기도 한다.
그다음으로, 끊임없이 세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도 있다. 어디서 무얼 하든 보고 듣는 모든 것이 기획과 연결될 수 있다. 다만 이건 단점이기도 하다. 뉴스를 보다가도, 여행을 가 있어도 기획거리를 떠올릴 수 있고, 자꾸만 그렇게 되기도 한다. 이슈가 되는 인물에 대해 찾아보고, 그의 책을 읽어보고, 관련 세상 일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업무이나 이것이 개인 시간에 이루어지기도 하기에 생활과 일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아 피곤할 때도 있다. 또 업무상 읽어야 하는 원고나 책이 많아서 정작 읽고 싶은 책을 읽기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늘 새로운 분야와 생각, 시도 등에 주목하고 기획하고 작가에게 제안하게 되어서 그 결과물이 공적인 가치를 담은 좋은 책으로 나와 독자와 만나고 사람들을 움직이거나 감동을 선사하게 되면 거기서 얻는 보람과 성취감은 아주 크다.
Q. 출판편집자의 비전은?
A. 직업 측면에서 보자면 편집자는 은퇴가 빠른 편이다. 40대가 되면 대부분 승진할 만큼 승진해 있어서 더는 길이 없기도 하다. 한창 일할 때에 출판사를 나온 편집자들은 본인 출판사를 차리거나 프리랜서 편집자가 된다. 간혹 작가가 되기도 하고, 아예 다른 업종으로 이직하거나 귀농 또는 귀촌하는 경우도 있다.
출판업 자체를 두고 보자면 그 미래가 밝다고 말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아직 종이책이 전자책보다 우위에 있다. 그러나 로맨스나 무협물 등 장르물 시장의 경우 전자책 시장이 아주 커졌다. 한편 유튜브에서도 다양한 독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다른 대체 콘텐츠가 압도적으로 많고 매력적이다. 하지만 종이책이 지닌 매체의 성질과 장점은 다른 무엇으로 대체되기 어렵다. 다양한 매체와 콘텐츠가 종이책을 위협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종이책의 대체 불가능한 성질과 장점 덕에 미래가 아주 어둡지만은 않다고 믿거나 밝으면 좋겠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 같다.
책은 면세 상품이다. 더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도록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그리고 공공재이다. 누구나 사 읽을 수 있는, 불특정 다수에게 건네지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공적 가치가 스며 있거나 그래야 한다. 그런 콘텐츠를 잘 만들어 많은 독자에게 닿게 하는 일, 자신은 음지에서 음지를 지향하지만 작가와 독자는 양지로 모이도록 하는 일이 편집자가 하는 일이다. 이러한 활동의 가치 측면에선 비전이 아주 좋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관점에서도 비전이 이야기된다면 좋겠다.
취준내공
Q. 준비해두면 좋을 자격증이 있나요?
A. 자격증보다는 KBS 한국어능력시험 통과나 외국어 공인 성적표 취득을 추천한다. 이렇다 할 관련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더 그렇다. 모국어 능력이야 물론이고 출판사에서 외국어 능력은 무척 중요하다. 번역서 기획이나 편집을 위해 아마존을 탐색하거나 해외 도서전 출장 및 미팅, 해외 판권 수입이나 저작권 관리, 원서 검토나 원문 대조 등을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 외국 출판사나 에이전시랑 직접 소통할 일도 생기기 때문이다. 주로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가운데 하나라도 읽거나 구사할 수 있으면 경쟁력이 생긴다.
Q. 출판마케터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까요?
A. 마케터는 시장 감각을 가지고 끊임없이 시장을 분석하고, 독자의 요구를 파악하며, 그에 맞게 책을 알리기 위한 기획을 하는 직무다. 단순히 책을 많이 팔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의 내용부터 디자인 등에 직간접으로 관여할 수 있고, 그래서 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의사소통 능력뿐 아니라 세상사의 흐름과 업계 전반에 관한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책 출간 후 독자 대상 프로그램, 이벤트용 굿즈 등을 기획하고, SNS 운영으로 독자와 소통하는 등 책이 더 많은 독자에게 가 닿도록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게 된다. 이러한 마케터가 되기 위해 요구되는 자격증이나 객관적인 능력 지표 같은 걸 찾기 어렵다. 그래서 마케터를 준비하는 분이라면 이미 출간되어 많은 독자에게 읽히고 있는 책의 홍보 마케팅 기획 사례를 조사해 분석해보고 ‘나라면 이렇게 해보겠다’는 취지로 자신만의 홍보 기획안을 새롭게 짜보거나 광고 카피를 다시 써보는 등 보완 계획도 세워보면서 이를 정리해 포트폴리오화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훈련도 되고, 입사 지원 때 그런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면 남들보다 주목받을 것이다.
Q. 편집자를 양성하는 교육과정들이 있는데요, 취업에 도움이 될까요?
A. 편집자 양성 교육과정은 직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자신의 관심도나 직무 적합성 등을 따져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출판인회의의 SBI(Seoul Book Institute)와 한겨레교육문화센터의 출판 교육과정,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 강좌 등 몇몇 과정이 운영 중이다. 창비에서도 창비학당에서 편집자 학교라고 해서 교정 교열 실무 중심의 교육과정을 준비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개강을 못 했다.
이러한 교육과정 수강이 출판사 취직과 직결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눈길을 한번 더 받을 순 있지만 채용에 결정적인 요소가 되지는 않는 편이다. 자소서를 통해 지원자의 글쓰기 능력이나 콘텐츠를 보는 안목, 지원 동기 등을 어떻게 드러내느냐가 사실상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소서가 매우 중요하고, 출판사에 따라선 자사 책에 대한 서평 글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출판사에서는 새로운 시각을 가진 이들을 반긴다. 출판 분야와 무관한 전공이나 색다른 경험으로 창의적인 사고와 감각을 지닌 분들이 유입되길 기대한다. 그러니 그런 시각과 감각을 글로 담아내는 노력을 해보자.
내공선배님 소개
현) 창비부산 소속
인문교양서/문학서/어린이책/ 정기간행물 등 기획 편집 10 년 이상 경력
직무내공
Q. 출판편집자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A. 책을 만드는 사람이다. 흔히 “책을 만든다, 책을 편집한다”라고 하면 디자인이나 교정 교열을 떠올린다. 디자인과 교정 교열을 포함해 첫 기획 단계부터 마지막으로 책이 제작돼 팔리는 단계까지 모든 과정을 전반적으로 관장하는 사람이 편집자이다. 책을 만들 때 콘텐츠의 핵심은 작가의 글이고 편집자는 작가가 창작물을 잘 생산할 수 있도록, 독자들이 그 창작물을 많이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람이다. 편집자들 사이에서는 “편집자는 음지에서 음지를 지향한다.”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철저히 작가의 뒤에서 작가가 좋은 책을 잘 써서 알려지고 또 읽힐 수 있게 그늘에서 지원하는 사람이 바로 편집자이기 때문이다.
Q. 교정 교열이 편집자가 지녀야 할 기초 역량이라 생각했습니다. 교정 교열과 함께 편집자라면 갖추어야 할 객관적인 지표가 되는 역량은 어떤 것인가요?
A.
-교정 교열
교정 교열은 편집자의 핵심 업무지만 책을 만드는 업무 전체에선 일부에 해당한다. 그래서 교정 교열만 외주자에게 맡기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교정 교열된 원고를 검토하는 건 다시 편집자의 몫이다. 그러니 교정 교열 지식과 능력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리고 교정 교열은 단순히 틀린 글자나 비문만 고치는 데 그치지 않고 원고가 더 좋은 구성과 문장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일이다. 단어 하나만으로도 글의 분위기와 맥락이 달라지기도 하니 원고가 더 좋아지도록 작가에게 더 적절한 단어나 문장으로 수정하자는 제안을 한다. 그런데 원고를 바라보는 출판사와 편집자마다 글과 문장에 대한 가치관이나 철학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교정 교열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언어 감각과 경험이 중요하고, 글쓰기 능력도 좋아야 한다.
그리고 모국어에 대한 나름의 이해와 관점도 중요한 역량이다. 문장의 형태나 어순, 단어 차원에서도 그 역량이 발휘된다. 예를 들어 일본식 한자어인 ‘역할’이 ‘배역’, ‘구실’, ‘할 일’, ‘자리’ 등 여러 다른 말을 대신하고 있는데, 이는 모국어의 문제이자 언어의 다양성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니 더 적합한 우리말을, 다양한 표현을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외 역량
가장 관건이 되는 역량은 기획력이다. 책이라는 매체, 이 분야의 흐름을 파악하고 문화콘텐츠에 대한 식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흐름을 파악하는 일에는 변화하는 언어를 파악하는 일도 포함된다. 세상의 다양한 흐름, 출판계 동향, 독자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기획해 작가에게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소통 능력 또한 중요하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편집자가 마주할 디자이너, 조판자, 제작자, 마케터, 홍보 담당자, 거래처 등 협업하는 여러 직무자들의 업무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필요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법도 익혀야 한다. 물론 작가와의 소통이 핵심이다. 작가를 응원하고, 기획과 원고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해서 이를 공유하고, 뭔가 제안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Q. 의학 논문 교정 교열 경력이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어서 이직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그렇게 도서의 분야를 선정하는 것이 직무 수행에 영향이 있을까요?
A. 일을 할 도서 분야 선정은 아주 중요하고 직무 수행에 영향을 많이 준다. 편집자는 이직이 잦은 편인데, 특히 업계에 들어온 초창기에는 분야를 탐색하고 경험해보느라 더 그렇기도 하다. 이는 디자이너 등 출판계 다른 직무도 유사한 현상일 것 같다.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기획하고 만들고 싶은 건 누구에게나 당연한 일이다. 그걸 얼른 찾아가는 게 중요하겠다. 내 초기 이직 과정도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 옮긴 결과이다.
Q. 학술서적 등 전문 영역 출판의 경우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전문 분야에 대한 석사 이상의 학위나 지적 역량이 꼭 필요한가요? 대학 출판부는 어떤가요?
A. 학술서의 경우 인문서와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학술서지만 인문서처럼 편집돼 나와서 대중을 상대로 홍보되기도 하고, 그런 종류의 책만 꾸준히 내는 출판사도 있다. 그렇지만 전문가나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학술서, 전문 서적의 경우 일반 대중서 기획, 편집과 업무 양상이 다소 다르다. 해당 분야 연구자나 대학 교수가 기획을 맡거나 혹은 이미 기획돼 나온 원고를 출판하는데, 편집자는 그 원고가 물리적인 책이 되어 나오도록 하는 일에 주로 집중한다. 예를 들어 의학서의 경우 아예 의사 또는 간호사 등 전문가가 출판사 기획위원으로 일하면서 기획을 하고, 원고 생산 뒤 출간 과정을 편집자가 진행한다. 이때는 대중서를 만드는 감각과 다른 감각이 발휘되어야 하겠다. 이런 분야의 책은 도서관이나 대학, 해당 분야 전문가가 주요 수요처라서 단기간의 판매량은 적어도 수요가 꾸준한 편이기도 하다.
몇몇 대학 출판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 대중용 인문서나 학술서 출판은 전혀 하지 않고 자기네 소속 교수의 강의 교재나 학교 공식 자료 등을 주로 출판하기에 일반 출판사와는 성격이 꽤 다르다. 편집자한테 요구되는 자질 또한 다를 듯하다.
Q. 편집자로 일하며 느끼는 보람이나 매력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늘 책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할 수 있겠다. 물론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편집 일을 하면 안 된다는 말도 있긴 하다. 책이라는 상품을 기획하고 편집하다 보면 그 결과물로 자꾸 책을 보게 되고, 평가하게 되며, 그러면 책을 있는 그대로 독자로서 감상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늘 책과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다양한 사람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 중 하나다. 이를테면 건축가, 원예가 등 평소엔 만날 일이 거의 없는 분야의 사람과 만나 소통할 때가 있고, 이를 위해 전국 어딘가로 출장을 가기도 한다.
그다음으로, 끊임없이 세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도 있다. 어디서 무얼 하든 보고 듣는 모든 것이 기획과 연결될 수 있다. 다만 이건 단점이기도 하다. 뉴스를 보다가도, 여행을 가 있어도 기획거리를 떠올릴 수 있고, 자꾸만 그렇게 되기도 한다. 이슈가 되는 인물에 대해 찾아보고, 그의 책을 읽어보고, 관련 세상 일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업무이나 이것이 개인 시간에 이루어지기도 하기에 생활과 일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아 피곤할 때도 있다. 또 업무상 읽어야 하는 원고나 책이 많아서 정작 읽고 싶은 책을 읽기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늘 새로운 분야와 생각, 시도 등에 주목하고 기획하고 작가에게 제안하게 되어서 그 결과물이 공적인 가치를 담은 좋은 책으로 나와 독자와 만나고 사람들을 움직이거나 감동을 선사하게 되면 거기서 얻는 보람과 성취감은 아주 크다.
Q. 출판편집자의 비전은?
A. 직업 측면에서 보자면 편집자는 은퇴가 빠른 편이다. 40대가 되면 대부분 승진할 만큼 승진해 있어서 더는 길이 없기도 하다. 한창 일할 때에 출판사를 나온 편집자들은 본인 출판사를 차리거나 프리랜서 편집자가 된다. 간혹 작가가 되기도 하고, 아예 다른 업종으로 이직하거나 귀농 또는 귀촌하는 경우도 있다.
출판업 자체를 두고 보자면 그 미래가 밝다고 말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아직 종이책이 전자책보다 우위에 있다. 그러나 로맨스나 무협물 등 장르물 시장의 경우 전자책 시장이 아주 커졌다. 한편 유튜브에서도 다양한 독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다른 대체 콘텐츠가 압도적으로 많고 매력적이다. 하지만 종이책이 지닌 매체의 성질과 장점은 다른 무엇으로 대체되기 어렵다. 다양한 매체와 콘텐츠가 종이책을 위협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종이책의 대체 불가능한 성질과 장점 덕에 미래가 아주 어둡지만은 않다고 믿거나 밝으면 좋겠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 같다.
책은 면세 상품이다. 더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도록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그리고 공공재이다. 누구나 사 읽을 수 있는, 불특정 다수에게 건네지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공적 가치가 스며 있거나 그래야 한다. 그런 콘텐츠를 잘 만들어 많은 독자에게 닿게 하는 일, 자신은 음지에서 음지를 지향하지만 작가와 독자는 양지로 모이도록 하는 일이 편집자가 하는 일이다. 이러한 활동의 가치 측면에선 비전이 아주 좋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관점에서도 비전이 이야기된다면 좋겠다.
취준내공
Q. 준비해두면 좋을 자격증이 있나요?
A. 자격증보다는 KBS 한국어능력시험 통과나 외국어 공인 성적표 취득을 추천한다. 이렇다 할 관련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더 그렇다. 모국어 능력이야 물론이고 출판사에서 외국어 능력은 무척 중요하다. 번역서 기획이나 편집을 위해 아마존을 탐색하거나 해외 도서전 출장 및 미팅, 해외 판권 수입이나 저작권 관리, 원서 검토나 원문 대조 등을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 외국 출판사나 에이전시랑 직접 소통할 일도 생기기 때문이다. 주로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가운데 하나라도 읽거나 구사할 수 있으면 경쟁력이 생긴다.
Q. 출판마케터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까요?
A. 마케터는 시장 감각을 가지고 끊임없이 시장을 분석하고, 독자의 요구를 파악하며, 그에 맞게 책을 알리기 위한 기획을 하는 직무다. 단순히 책을 많이 팔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의 내용부터 디자인 등에 직간접으로 관여할 수 있고, 그래서 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의사소통 능력뿐 아니라 세상사의 흐름과 업계 전반에 관한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책 출간 후 독자 대상 프로그램, 이벤트용 굿즈 등을 기획하고, SNS 운영으로 독자와 소통하는 등 책이 더 많은 독자에게 가 닿도록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게 된다. 이러한 마케터가 되기 위해 요구되는 자격증이나 객관적인 능력 지표 같은 걸 찾기 어렵다. 그래서 마케터를 준비하는 분이라면 이미 출간되어 많은 독자에게 읽히고 있는 책의 홍보 마케팅 기획 사례를 조사해 분석해보고 ‘나라면 이렇게 해보겠다’는 취지로 자신만의 홍보 기획안을 새롭게 짜보거나 광고 카피를 다시 써보는 등 보완 계획도 세워보면서 이를 정리해 포트폴리오화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훈련도 되고, 입사 지원 때 그런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면 남들보다 주목받을 것이다.
Q. 편집자를 양성하는 교육과정들이 있는데요, 취업에 도움이 될까요?
A. 편집자 양성 교육과정은 직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자신의 관심도나 직무 적합성 등을 따져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출판인회의의 SBI(Seoul Book Institute)와 한겨레교육문화센터의 출판 교육과정,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 강좌 등 몇몇 과정이 운영 중이다. 창비에서도 창비학당에서 편집자 학교라고 해서 교정 교열 실무 중심의 교육과정을 준비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개강을 못 했다.
이러한 교육과정 수강이 출판사 취직과 직결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눈길을 한번 더 받을 순 있지만 채용에 결정적인 요소가 되지는 않는 편이다. 자소서를 통해 지원자의 글쓰기 능력이나 콘텐츠를 보는 안목, 지원 동기 등을 어떻게 드러내느냐가 사실상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소서가 매우 중요하고, 출판사에 따라선 자사 책에 대한 서평 글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출판사에서는 새로운 시각을 가진 이들을 반긴다. 출판 분야와 무관한 전공이나 색다른 경험으로 창의적인 사고와 감각을 지닌 분들이 유입되길 기대한다. 그러니 그런 시각과 감각을 글로 담아내는 노력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