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공멘토소개
단행본 출판 편집/기획자_최도연님
(주) 창비 등 근무 / 출판사 재직 및 (현)프리랜서 편집자 경력 14년
인문교양서, 문학서, 어린이책, 정기간행물, 국어 교과서 등 기획편집
(북디자인, 홍보마케팅, 저작권 관리, 제작 등 관련 직무)
관련 전공이 아닌데 진입장벽이 없나요? 타 전공자의 경우 지원 시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까요?
우선, 채용 시 전공은 무관한 편이다. 편집자 중 국문학/영문학 등 어문계열이나 문예창작 전공자가 많기는 하나 이 밖의 다양한 전공 출신자도 많다. 또 오히려 출판계에서는 다양한 전공군이 접근하는 것을 환영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과 사유를 한 사람들이 모여 창의적인 기획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만약 문학 전공자를 우대한다고 밝힌 채용이라면 문학 분야나 문학 관련 활동을 하는 출판사일 것이다.
다만 편집자에게 글에 대한 감각, 글쓰기 실력(어법, 문장력)은 기본 소양이므로 그걸 갖추고 있음을 드러내면 좋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자기소개서로 문장력과 함께 창의적인 접근이나 형식으로 자신의 글쓰기 능력과 감각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언어능력시험’ 결과는 언어에 대한 능력을 객관적 지표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다. 한국어능력시험이나, 외국어의 경우 인증 가능한 시험의 점수가 있다면 지원 시 자신의 능력을 쉽게 드러내고 검증받을 수 있다.
그리고 출판 편집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출판학교 수강이 있다. SBI(Seoul Book Institute)와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 편집자 교육과정이 있고, 편집자를 위한 교육뿐 아니라 북디자인, 마케팅, 저작권 관리, 제작, 어린이책 등 다양한 분야의 강좌도 있다. 관심 있는 분야의 강좌를 수강해서 출판 분야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고 드러내 보일 수 있겠다.
출판학교에서 연계되어 취업하는 경우도 있나요?
출판학교 강사진이 대부분 출판계 선배나 종사자라서 인맥 등을 통해 채용 정보를 빠르게 얻거나 추천 등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 그런 면에선 취업과 연계될 가능성이 없진 않다.
하지만 출판학교 ‘재학 중’이나 ‘졸업’ 자체가 취업 가능성을 크게 높여준다고 보긴 어렵다. 직업에 대한 관심도나 준비 정도를 보여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그 이력 자체를 채용 시 최우선순위로 보지는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 출판 업무에 대한 사전 이해, 공부 자체, 취업 가능성을 높이는 준비 등이 목적이라면 출판학교 수강을 권하지만, 취업만이 목적이라면 별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업무 내용과 업계 분위기를 미리 접하고 스스로 판단해볼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될 것이다.
편집자가 하는 전반적인 일과 업무 루틴, 다양한 일 중 멘토님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요?
편집자를 다른 직업으로 비유하면 방송에선 PD, 영화에선 감독에 해당한다. 책이라고 하는 문화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걸 총괄하는 사람이고, 디자인/제작/홍보/영업 전반에 관여한다.
업무 루틴을 이야기해보면 이렇다.
오전에는 일반적으로 업무 관련 정보 취득이나 진행 체크 등을 하곤 한다. 이메일 확인(업무 관련 커뮤니케이션), 매체/관련 사이트 확인(정보 취득/시장 상황 확인), 판매부수 등 실적 확인, SNS/언론 노출 상황 확인 등이 해당한다. 그러고 나면 실무 전반에 집중하는데, 작가/ 관련 업무자 미팅을 하거나, 교정교열, 홍보자료나 보도자료 등 작성, 사진/일러스트레이션 등 자료 수집이나 관련자 미팅이나 디렉팅, 중쇄 제작에 따른 수정, 인쇄/제작 시 감리 등을 한다. 일반적으로 편집자 한 명이 여러 책을 동시에 진행하는데, 각 책들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위와 같은 여러 업무들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지속되는 일과 새로 닥치는 일의 우선순위나 경중을 잘 판단해서 해내야 한다. 이 밖에 편집자에겐 읽어야 할 것들이 항상 쌓여 있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책(원고)/이미 출간된 책 등 업무상 읽어야 할 것이 많으며, 업무 바깥의 개인 일과시간을 써가면서까지 읽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언급한 업무들이 그때그때 유기적으로 돌아가기에 사실 일정한 업무 루틴을 말하기는 어렵다. 위 업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때 전체 관리자로서 그때그때의 상황을 잘 컨트롤해야겠다.
편집자로서 핵심역량은 무엇인가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추려서 말해보면 이러하다.
1. 문화콘텐츠에 대한 안목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안목을 기르려면 책을 많이 읽는 게 주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출판 분야에서 다독은 객관적 수치로 드러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편집자에게 가장 큰 스펙이자 기반이 된다.
2. 책은 글로 표현되는 콘텐츠이므로 우리 말/우리 글에 대한 언어감각과 역량이 중요하다.
3. 의사소통능력도 중요하다. 작가나 서점 MD 등 사람을 만나 무언가를 제안하고 협의하는 일이 많은 직무이기 때문이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한다는 건 구직 시 어필할 수 있는 요소이며, 채용공고 내 업무 내용 중 ‘작가 관리’가 들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편집자로서 작가와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은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작은 출판사에 대해 흉흉한 소문이 많은데, 작은 출판사에 대해 궁금해요.
일단 출판업계, 특히 단행본 업계는 다른 산업군에 비하면 영세한 편이다. 그렇다 보니 시스템보다는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회사가 많다. 큰 출판사는 오래 유지돼오며 좋은 체제를 갖추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사실 규모보다는 회사의 역사, 가치지향점, 대표자나 경영진의 노동관, 신념, 의사소통능력, 민주성 등에 따라 운영방식이나 조직문화가 좋기도, 또는 안 좋기도 하다. 출판사를 선택할 때는 규모보다도 어떤 책을 만들고 있는가를 먼저 살펴보고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필요에 따라 잡플래닛을 확인하는 것도 좋겠다. ‘북에디터’*라는 사이트 내에 ‘편집자 광장’이라는 영역이 있고 거기에 구인구직 게시판이 있다. 여기에 출판계 구인구직 공고가 많이 올라오니 살펴보고, 가끔 그 공고들에 회사에 대한 평판이 댓글로 달리기도 하니 참고해도 좋겠다.
*북에디터는 출판인 전문 사이트(http://www.bookeditor.org)이다. 출판사 쪽으로 구직 활동을 할 때에는 사람인/잡코리아 등의 구인 플랫폼과 함께 북에디터/대한출판문화협회/한국출판인회의도 두루 보면 더 많은 정보를 구할 수 있다.
번역 과정이 궁금해요.
번역 출판은 국내에 소개할 만한 좋은 원서를 발견하고, 해당 도서의 국내 출판권 판매 여부를 확인한 뒤, 출간 타당성을 검토해 출간을 결정한 다음, 우리글로 번역해서 책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과정을 거친다. 출판사에서 직접 원서를 찾아 기획하는 경우도 있고, 에이전시에서 소개한 원서들 중 출판사에서 관심 가는 책을 검토해 기획하는 경우도 있으며, 번역가가 소개해준 원서를 출판사에서 출간하기로 하는 경우도 있다.
출판사에서 어떤 원서를 번역 출간하기로 하면 번역가를 찾아 번역을 의뢰하기도 하고, 번역가가 직접 소개한 원서를 출간하기로 한 경우엔 그 번역가가 번역까지 맡게 된다. 그렇기에 편집자가 외국어를 잘하면 원서를 찾고 기획할 때 유용하며, 번역문을 다듬을 때도 유용하다. 경우에 따라선 편집자가 아예 직접 번역을 하기도 한다.
미적 감각이 부족한데 편집자가 되어도 될까요?
물론이다. 북디자인은 디자이너의 전문 영역이기 때문에, 미적 감각이나 디자인 안목이 편집자가 되기 위해 우선하는 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디자이너나 일러스트레이터 등과 소통할 때, 디자인이나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미적 감각과 그 감각을 표현하기 위한 지식이 필요하고, 그런 감각과 지식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책도 상품이니 책 표지 디자인이 판매와 직결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독자들의 마음에 들고, 제목과 내용에 어울리는 표지 디자인 안을 고민해서 디자이너 또는 일러스트레이터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표지뿐 아니라 본문 글자의 크기, 자간, 행간, 페이지 표기 방식, 판면이나 여백의 크기 등 디자인 영역에 속하는 요소들이 많다. 모두 디자이너의 몫이지만, 편집자가 책의 완성도와 품질 전반을 책임지는 사람이므로 원고의 콘셉트를 정확히 파악해 전달하고 그에 걸맞은 디자인 방향을 협의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평소에 디자인이나 미술 관련 책을 보거나, 관련 강좌를 듣거나, 시장에 나와 있는 다양한 책의 디자인과 삽화를 보며 감각을 키울 수 있겠다. 또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유물이나 작품의 배치, 전시 콘셉트, 관련 텍스트나 이미지 배치 등 콘텐츠를 어떻게 선택하고 배치했는지에 집중해서 보고 참고하는 노력으로도 미감, 기획/편집 감각을 늘리는 연습을 할 수 있겠다.
편집자로 일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자신이 왜 출판 편집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를 스스로 잘 파악하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내적 동기가 분명하고 그 점이 충족될 때 보람과 사회적인 가치를 느낄 수 있으며, 그런 것이 편집자로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멘토님)을 예로 든다면, 언어/소통에 관심이 많았다. 정제되고 아름다운 언어로 사람들이 다양한 소통을 원활하게 하도록 하는 일에서 가치와 보람을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가치를 느끼는 지점과 출판 업무가 잘 연결될 수 있는지 확인하면 좋겠다.
편집자로 사는 것, 어려운점은 없나요?
당연히 있다. 편집자는 세상사에 끊임 없이 관심을 가져야 하고, 독자의 요구나 필요를 섬세하게 파악해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또 읽을거리가 늘 많아서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여행을 가거나 휴식을 취할 때에도 일과 관련한 부담/의무감이 항상 있다. 어딘가에 늘 읽어야 할 것이 있고 새로운 것을 기획해야 하는 일이 즐거울 수도, 괴로울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역설적이게도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출판업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편집자로 일하면 책을 온전히 독자로서, 즐겁게 읽기 어려워지는데, 왜냐하면 업무와 무관한 책을 읽을 여유가 많이 없기도 하고, 책을 읽을 때 그 책의 구성이나 편집 상태에 대해 자꾸 평가하게 되거나 책을 작업의 결과물로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세상의 수많은 지식과 사유, 철학 등을 독자의 요구와 필요에 맞게 선택하고 편집하는 편집자의 일은 어쩌면 온전한 일상과 업무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내공멘토소개
단행본 출판 편집/기획자_최도연님
(주) 창비 등 근무 / 출판사 재직 및 (현)프리랜서 편집자 경력 14년
인문교양서, 문학서, 어린이책, 정기간행물, 국어 교과서 등 기획편집
(북디자인, 홍보마케팅, 저작권 관리, 제작 등 관련 직무)
관련 전공이 아닌데 진입장벽이 없나요? 타 전공자의 경우 지원 시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까요?
우선, 채용 시 전공은 무관한 편이다. 편집자 중 국문학/영문학 등 어문계열이나 문예창작 전공자가 많기는 하나 이 밖의 다양한 전공 출신자도 많다. 또 오히려 출판계에서는 다양한 전공군이 접근하는 것을 환영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과 사유를 한 사람들이 모여 창의적인 기획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만약 문학 전공자를 우대한다고 밝힌 채용이라면 문학 분야나 문학 관련 활동을 하는 출판사일 것이다.
다만 편집자에게 글에 대한 감각, 글쓰기 실력(어법, 문장력)은 기본 소양이므로 그걸 갖추고 있음을 드러내면 좋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자기소개서로 문장력과 함께 창의적인 접근이나 형식으로 자신의 글쓰기 능력과 감각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언어능력시험’ 결과는 언어에 대한 능력을 객관적 지표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다. 한국어능력시험이나, 외국어의 경우 인증 가능한 시험의 점수가 있다면 지원 시 자신의 능력을 쉽게 드러내고 검증받을 수 있다.
그리고 출판 편집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출판학교 수강이 있다. SBI(Seoul Book Institute)와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 편집자 교육과정이 있고, 편집자를 위한 교육뿐 아니라 북디자인, 마케팅, 저작권 관리, 제작, 어린이책 등 다양한 분야의 강좌도 있다. 관심 있는 분야의 강좌를 수강해서 출판 분야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고 드러내 보일 수 있겠다.
출판학교에서 연계되어 취업하는 경우도 있나요?
출판학교 강사진이 대부분 출판계 선배나 종사자라서 인맥 등을 통해 채용 정보를 빠르게 얻거나 추천 등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 그런 면에선 취업과 연계될 가능성이 없진 않다.
하지만 출판학교 ‘재학 중’이나 ‘졸업’ 자체가 취업 가능성을 크게 높여준다고 보긴 어렵다. 직업에 대한 관심도나 준비 정도를 보여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그 이력 자체를 채용 시 최우선순위로 보지는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 출판 업무에 대한 사전 이해, 공부 자체, 취업 가능성을 높이는 준비 등이 목적이라면 출판학교 수강을 권하지만, 취업만이 목적이라면 별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업무 내용과 업계 분위기를 미리 접하고 스스로 판단해볼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될 것이다.
편집자가 하는 전반적인 일과 업무 루틴, 다양한 일 중 멘토님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요?
편집자를 다른 직업으로 비유하면 방송에선 PD, 영화에선 감독에 해당한다. 책이라고 하는 문화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걸 총괄하는 사람이고, 디자인/제작/홍보/영업 전반에 관여한다.
업무 루틴을 이야기해보면 이렇다.
오전에는 일반적으로 업무 관련 정보 취득이나 진행 체크 등을 하곤 한다. 이메일 확인(업무 관련 커뮤니케이션), 매체/관련 사이트 확인(정보 취득/시장 상황 확인), 판매부수 등 실적 확인, SNS/언론 노출 상황 확인 등이 해당한다. 그러고 나면 실무 전반에 집중하는데, 작가/ 관련 업무자 미팅을 하거나, 교정교열, 홍보자료나 보도자료 등 작성, 사진/일러스트레이션 등 자료 수집이나 관련자 미팅이나 디렉팅, 중쇄 제작에 따른 수정, 인쇄/제작 시 감리 등을 한다. 일반적으로 편집자 한 명이 여러 책을 동시에 진행하는데, 각 책들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위와 같은 여러 업무들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지속되는 일과 새로 닥치는 일의 우선순위나 경중을 잘 판단해서 해내야 한다. 이 밖에 편집자에겐 읽어야 할 것들이 항상 쌓여 있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책(원고)/이미 출간된 책 등 업무상 읽어야 할 것이 많으며, 업무 바깥의 개인 일과시간을 써가면서까지 읽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언급한 업무들이 그때그때 유기적으로 돌아가기에 사실 일정한 업무 루틴을 말하기는 어렵다. 위 업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때 전체 관리자로서 그때그때의 상황을 잘 컨트롤해야겠다.
편집자로서 핵심역량은 무엇인가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추려서 말해보면 이러하다.
1. 문화콘텐츠에 대한 안목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안목을 기르려면 책을 많이 읽는 게 주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출판 분야에서 다독은 객관적 수치로 드러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편집자에게 가장 큰 스펙이자 기반이 된다.
2. 책은 글로 표현되는 콘텐츠이므로 우리 말/우리 글에 대한 언어감각과 역량이 중요하다.
3. 의사소통능력도 중요하다. 작가나 서점 MD 등 사람을 만나 무언가를 제안하고 협의하는 일이 많은 직무이기 때문이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한다는 건 구직 시 어필할 수 있는 요소이며, 채용공고 내 업무 내용 중 ‘작가 관리’가 들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편집자로서 작가와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은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작은 출판사에 대해 흉흉한 소문이 많은데, 작은 출판사에 대해 궁금해요.
일단 출판업계, 특히 단행본 업계는 다른 산업군에 비하면 영세한 편이다. 그렇다 보니 시스템보다는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회사가 많다. 큰 출판사는 오래 유지돼오며 좋은 체제를 갖추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사실 규모보다는 회사의 역사, 가치지향점, 대표자나 경영진의 노동관, 신념, 의사소통능력, 민주성 등에 따라 운영방식이나 조직문화가 좋기도, 또는 안 좋기도 하다. 출판사를 선택할 때는 규모보다도 어떤 책을 만들고 있는가를 먼저 살펴보고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필요에 따라 잡플래닛을 확인하는 것도 좋겠다. ‘북에디터’*라는 사이트 내에 ‘편집자 광장’이라는 영역이 있고 거기에 구인구직 게시판이 있다. 여기에 출판계 구인구직 공고가 많이 올라오니 살펴보고, 가끔 그 공고들에 회사에 대한 평판이 댓글로 달리기도 하니 참고해도 좋겠다.
*북에디터는 출판인 전문 사이트(http://www.bookeditor.org)이다. 출판사 쪽으로 구직 활동을 할 때에는 사람인/잡코리아 등의 구인 플랫폼과 함께 북에디터/대한출판문화협회/한국출판인회의도 두루 보면 더 많은 정보를 구할 수 있다.
번역 과정이 궁금해요.
번역 출판은 국내에 소개할 만한 좋은 원서를 발견하고, 해당 도서의 국내 출판권 판매 여부를 확인한 뒤, 출간 타당성을 검토해 출간을 결정한 다음, 우리글로 번역해서 책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과정을 거친다. 출판사에서 직접 원서를 찾아 기획하는 경우도 있고, 에이전시에서 소개한 원서들 중 출판사에서 관심 가는 책을 검토해 기획하는 경우도 있으며, 번역가가 소개해준 원서를 출판사에서 출간하기로 하는 경우도 있다.
출판사에서 어떤 원서를 번역 출간하기로 하면 번역가를 찾아 번역을 의뢰하기도 하고, 번역가가 직접 소개한 원서를 출간하기로 한 경우엔 그 번역가가 번역까지 맡게 된다. 그렇기에 편집자가 외국어를 잘하면 원서를 찾고 기획할 때 유용하며, 번역문을 다듬을 때도 유용하다. 경우에 따라선 편집자가 아예 직접 번역을 하기도 한다.
미적 감각이 부족한데 편집자가 되어도 될까요?
물론이다. 북디자인은 디자이너의 전문 영역이기 때문에, 미적 감각이나 디자인 안목이 편집자가 되기 위해 우선하는 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디자이너나 일러스트레이터 등과 소통할 때, 디자인이나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미적 감각과 그 감각을 표현하기 위한 지식이 필요하고, 그런 감각과 지식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책도 상품이니 책 표지 디자인이 판매와 직결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독자들의 마음에 들고, 제목과 내용에 어울리는 표지 디자인 안을 고민해서 디자이너 또는 일러스트레이터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표지뿐 아니라 본문 글자의 크기, 자간, 행간, 페이지 표기 방식, 판면이나 여백의 크기 등 디자인 영역에 속하는 요소들이 많다. 모두 디자이너의 몫이지만, 편집자가 책의 완성도와 품질 전반을 책임지는 사람이므로 원고의 콘셉트를 정확히 파악해 전달하고 그에 걸맞은 디자인 방향을 협의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평소에 디자인이나 미술 관련 책을 보거나, 관련 강좌를 듣거나, 시장에 나와 있는 다양한 책의 디자인과 삽화를 보며 감각을 키울 수 있겠다. 또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유물이나 작품의 배치, 전시 콘셉트, 관련 텍스트나 이미지 배치 등 콘텐츠를 어떻게 선택하고 배치했는지에 집중해서 보고 참고하는 노력으로도 미감, 기획/편집 감각을 늘리는 연습을 할 수 있겠다.
편집자로 일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자신이 왜 출판 편집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를 스스로 잘 파악하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내적 동기가 분명하고 그 점이 충족될 때 보람과 사회적인 가치를 느낄 수 있으며, 그런 것이 편집자로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멘토님)을 예로 든다면, 언어/소통에 관심이 많았다. 정제되고 아름다운 언어로 사람들이 다양한 소통을 원활하게 하도록 하는 일에서 가치와 보람을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가치를 느끼는 지점과 출판 업무가 잘 연결될 수 있는지 확인하면 좋겠다.
편집자로 사는 것, 어려운점은 없나요?
당연히 있다. 편집자는 세상사에 끊임 없이 관심을 가져야 하고, 독자의 요구나 필요를 섬세하게 파악해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또 읽을거리가 늘 많아서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여행을 가거나 휴식을 취할 때에도 일과 관련한 부담/의무감이 항상 있다. 어딘가에 늘 읽어야 할 것이 있고 새로운 것을 기획해야 하는 일이 즐거울 수도, 괴로울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역설적이게도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출판업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편집자로 일하면 책을 온전히 독자로서, 즐겁게 읽기 어려워지는데, 왜냐하면 업무와 무관한 책을 읽을 여유가 많이 없기도 하고, 책을 읽을 때 그 책의 구성이나 편집 상태에 대해 자꾸 평가하게 되거나 책을 작업의 결과물로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세상의 수많은 지식과 사유, 철학 등을 독자의 요구와 필요에 맞게 선택하고 편집하는 편집자의 일은 어쩌면 온전한 일상과 업무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