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옷장 지기 용현입니다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제가 갑자기 글을 적게 된 이유는 쉬는 날 있었던 일들을 통해 느꼈던 감정들과 제 생각을 여러분께 공유해 드리고 싶어서에요
저는 평일 수요일, 목요일을 쉬고 있답니다 주로 쉬는 날에는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고 글을 적으며 시간을 보내지요
그런대 갑자기 잊고 지냈던 고등학교 동창생들에게 연락이 오더군요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고등학교 동창들을 볼 생각에 설렘 반 걱정 반 주머니 속 가득히 채워 만나러 갔지만 어색함은 잠깐이었고
가볍게 술잔 기울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지내왔는지 누가 결혼을 했다든지 자동차나 집을 샀다는 둥 유명 연예인과 사귀고 있다는 둥
헛소리인지 진심인지 알 순 없지만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었답니다
저 역시 열린 옷장을 소개해 주며 옷장 지기로 일하고 있다고 말해주었죠
그때 한 친구가 게슴츠레 눈을 뜨고 붉은 볼로 이렇게 묻더군요
"용현 너는 왜 그런 곳에서 일해? 네가 하고 싶었던 일은 그게 아니었잖아?"
그의 짧고 단순하지만 힐문과 같은 물음에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 쥐고 있던 술잔을 무겁게 내려놓았죠
순간 적막이 흐르고 시간이 아주 길게 고무줄 늘어나 듯 늘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수 초의 적막 흐르고 내려놓은 술잔을 다시 들어올리면서 아주 멋쩍게 웃으며
"여기서 일하게 너무 재미있고 좋아,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너무 좋고..."
친구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아 그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른 이야기를 이어 나갔죠
물론 이 친구들은 학창 시절 저를 너무 잘 알기에 친구들과 노는 것 좋아하고, 남 앞에 서는 것 즐겨 하며,
야구팀의 포수를 맡았었고, 클래식 음악을 듣는 독특한 사람이란 걸 잘 알기에
그랬던 친구가 열린 옷장에서 일한다는 걸 가벼운 호기심에 던졌던 물음이었겠지만
저에겐 제 일생을 뒤돌아보게 만들어준 거대한 물음이었습니다
동창회가 끝나고 집으로 비틀비틀 걸으며 천천히 돌아왔죠 술에 취한 건지,
제가 여태껏 걸어온 삶의 의구심에 취한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날은 참 밤이 길었습니다 초 저녁만 되면 기절하듯 잠드는 제가 졸지도 않고 멍하니 앉아 친구의 질문을 되새기며
허공에 혼자 대답을 하고 있길 바빴습니다 마음만은 아직 동창회 자리에 계속 있었나 봅니다
결코 일말의 거짓은 없습니다 절대 에둘러 표현한 것도 아니고요
제가 열린 옷장에서 일하는 게 즐겁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대답 말이죠
순백의 대답이었고 모든 것을 눌러 담아 대답한 거였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완벽하게 어설픈 대답이었겠고
대답을 회피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했겠지만요
생각해 보면 저는 가진 것 하나 없지만 참 욕심 많고 하고 싶은 것 가득한 사람이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경제학과 법학을 좋아해
법조계에 취업을 하는 꿈을 가졌지만 재수할 수 있는 여력이 안된다는 생각에 일찍 포기했죠 이건 아주아주 큰 변명이겠지만요
그렇게 무엇 하나 가진 것 하나 없던 저에게 처음으로 가지고 싶었던 직업으로는 군인이었습니다 위계질서 강하고 모든 것 하나하나 규칙이 있던 군대 조직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조직을 리드하면서 남 앞에 서는 것에 거리낌 없고 자기희생의 가치를 숭고하게 여겼던 제 성향과 너무 잘 맞았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훈련 도중 몸을 크게 다치면서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전역을 권유받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크게 회의감을 느껴 내려놓았죠
저는 이렇게 전역하고 어렵사리 찾은 다음 목표는 특급호텔의 퍼스트 소믈리에 되는 것이었죠 쌈짓돈 털어 어설픈 정장을 구매해 호텔에 입사했죠
이때 제 첫 정장을 입으며 폼 잡던 제 모습이 떠올라 글을 적고 있는 이 순간도 실소가 절로 흐르네요
(이때 찍었던 사진들이 아쉽지만 찾을 수가 없네요 나름 멋졌는데 말이죠!!)
당연 바로 소믈리에 직책을 맡지는 못했지만 군 조직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호텔 분위기에 저는 어렵지 않게 적응하며 즐거워했죠
하지만 철옹성 같은 정규직의 벽을 넘지 못한 채 하나 둘 떠나가는 선배들을 보며 불안에 떨고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언젠간 나도 저렇게 되려나 제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지지 못한 채
조금 더 안정적인 것을 찾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두려워했습니다 그때 문득 떠오른 게
'와인과 커피는 비슷하지 않을까? 커피는 내가 가게를 차릴 수도 있는 거잖아?'
라는 확신에 유명 M 기업의 프랜차이즈 카페에 입사했습니다 바리스타의 일은 너무 즐거웠습니다
모든 것이 체계적이었고 모든 것이 멋졌고 모든 것이 아름답고 내 모든 것을 쏟아낼 수 있는 공간이었죠
업무가 너무 바쁠 땐 집에 돌아가지 않고 주방에서 상자를 깔고 잠을 자고 건물 공용 화장실에서 씻고 이런 생활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또한 즐거웠습니다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죠 ㅎㅎㅎ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대회를 나가 세계적인 최초의 한국인 바리스타가 되는 꿈을 꾸며 말이죠
이런 정상적? 이지 못한 모습에 다른 분들이 놀라워하며 저를 좋게 평가해 주셨고 남들보다 일찍이 진급하며 어린 나이에 책임자 직급을 얻으며 저를 따르는 직원들까지 생겼죠 여기까진 모든 게 완벽했죠!
하지만 저는 돌연 퇴사하게 됩니다 왜냐고요? 이건 말씀드리기 조금 부끄러워 적지 못하겠네요!! ㅎㅎ 궁금하시죠?
열린 옷장 찾아와주세요~! 저와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말씀드릴게요!!
카페를 퇴사하고 저는 지독한 방황의 침체기가 찾아옵니다 망망대해에 떠있는 나룻배 같았죠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뭘 추구해야 할지는 고사하고 어떻게 벌어먹고 살아야 할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직면했죠
이때부터 제가 할 수 있는 돈을 벌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다 했습니다 로스터리 공장, 에어컨 설치기사, 음식점, 택배 기사, 형광등 설치기사, 백화점 CS, 콜센터, 주차장 관리, 건물 청소, 공사장 잡부, 엘리베이터 설치 등
특별한 경력이나 조건 없는 일든은 닥치는 대로 다 했던 것 같습니다 저 일들 중 가장 마지막으로 했던 일은 엘리베이터 설치기사였죠
엘리베이터는 굴뚝같은 통로 안으로 들어가 설치를 하는데 온갖 흙먼지 입에 물고 기름 뒤집어써가면서 일을 했죠
하지만 정말 고역이었던 건 퇴근길이었습니다
한여름에 땀에 절은 쉰내, 먼지와 기름 뒤집어쓰고 차가 없던 저는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야 했을 때, 그 퇴근하는 사람으로 꽉 막힌 2호선 지하철 안 사람들은 저를 피해 홍해 갈라지 듯 저를 피하더군요
그러곤 잠시 후 지하철 안전요원이 타더니 저를 잡아끌며 잠시 내려서 이야기하자고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승객들 민원이 들어와서 노숙자인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안전요원을 뒤로하고
다시 지하철에 올라 집에 돌아갈 때 저는 아주 크게 울었죠 부모 잃은 어린아이처럼 '엄마' 부르짖으면서 절규했죠 아마 그때가 제가 태어나서 가장 크게 가장 많이 울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ㅎㅎ
이때 무엇인가 홀린 듯 살기에 가까운 독기로 가득 차 다짐했죠 나를 지하철을 못 타게 했으니 내가 기관사가 돼서 내가 직접 운전할 것이다 (조금 창피하네요 ㅎㅎㅎ)
다짐하며 당장 서점으로 들어가 기관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서적을 사고 입교 시험을 쳐서 철도 사관학교에 입교해 1년 만에 면허증을 취득해 버렸죠 뭔가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독기로 가득 차 살았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하라면 절대 못할 것 같네요 어떻게 했는지도 기억조차 없습니다...ㅎㅎㅎ 기억하기 싫은 것이겠죠??
그렇게 기관사가 되었냐고요?? 아뇨~!! 그렇다면 제가 여기에 글을 적고 있진 않았겠죠? 그렇게 20대 후반에 면허를 취득해
K사, S사에 입사하려 했지만 갑작스러운 전공과목 도입으로 이 또한 도와주지 않더군요
다시 한번 크게 좌절하고 전공과목을 공부했지만 정말 수십 번 낙방했습니다 사실 '면허 취득 이후 의욕을 잃어버렸다' 쪽이 더 맞는 말 일 것 같네요 나중에 이것을 '번 아웃'이라고 표현한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습니다
그래도 오랜 시간 이것만큼은 해보겠다고 질기게 억지로 붙잡고 있었습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열린 옷장에서 주말만 근무하면서 말이죠
그런대 열린 옷장 이곳은 정말 신기한 공간이었습니다 저도 살면서 정말 다양한 일들을 해봤다고 이야기 해왔지만 제가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을 하게 되며 이상한 것 들 투성이였습니다
위계질서 없이 수평적이고 화목한 가족 같은 분위기, 대여자분들에게 정장을 입혀드리면서 알 수 없는 뿌듯함과 보람을 느꼈고 정장을 입고 거울 앞에 서있는 대여자분들의 어색해 하면서 묘한 긴장감 가득한 모습을 느끼며
넥타이를 매드리면서 흐뭇해하고 있는 거울 속 제 모습을 보면서 여태껏 제가 살아온 방식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치열한 경쟁, 수직적인 계급 없이도 하나의 조직이 운영되고 타인을 위한 선한 의도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고
생존, 경쟁, 투쟁에 가까웠던 제 삶을 다시 되짚어 보게 되었죠
그러고는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구나 누군가가 먼저 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해주고, 경사 소식을 함께 기뻐하고 때론 누군가의 조사를 무거운 마음으로 함께 준비하는 열린 옷장...
항상 변명 가득하고 도망치기만 했던 부끄러운 저의 과거를 부정하며 힘겹게 버텨왔던 저의 삶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주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 가족들입니다
누군가는 저에게 어머니 때론 아버지같이 한없이 부족한 저에게 손 먼저 내밀어 주셨고
누군가는 어린 시절 동네 친한 형처럼 듬직했고
누군가는 열정 가득하고 가르침 달라고 조르고 싶은 선생님 같고
누군가는 옆집 누나처럼 친근하고 따스했고
누군가는 우아하고 세련되어 함께 하고픈 여배우 같고
누군가는 똑똑하고 바른 여동생 같고
누군가는 상냥하고 봄바람 같은 사람 같으며
누군가는 딱딱한척하지만 속마음은 누구보다도 부드러운 사람입니다
저는 이런 가족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어느 하나 나의 존재를 인정해 주지 않고 필요로 해주지 않던 세상에 먼저 손 내밀어 주고 따스히 안아 주었던 곳 열린 옷장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친구에게 이곳에서 일하는 게 정말 즐겁고 여기가 좋다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일하는 이유기도 하고요
누군가는 분명 이렇게 말할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결국 포기하고 이루지 못한 자의 비겁한 변명이다
네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리 대단한 사람도 훌륭한 사람도 좋은 사람도 아니라는 걸요 오히려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면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며 정당하게 땀 흘려 일하고 있다고 그것이 만족스럽다면 행복한 삶 아니겠냐고 말하고 싶네요
이젠 누군가의 듬직한 기둥이 되어 다른 사람의 삶을 지탱해 주고 열린 옷장의 선한의도 알려지도록 힘닿는 데까지 소리 질러 볼까 합니다
두서없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옷장 지기 용현입니다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제가 갑자기 글을 적게 된 이유는 쉬는 날 있었던 일들을 통해 느꼈던 감정들과 제 생각을 여러분께 공유해 드리고 싶어서에요
저는 평일 수요일, 목요일을 쉬고 있답니다 주로 쉬는 날에는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고 글을 적으며 시간을 보내지요
그런대 갑자기 잊고 지냈던 고등학교 동창생들에게 연락이 오더군요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고등학교 동창들을 볼 생각에 설렘 반 걱정 반 주머니 속 가득히 채워 만나러 갔지만 어색함은 잠깐이었고
가볍게 술잔 기울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지내왔는지 누가 결혼을 했다든지 자동차나 집을 샀다는 둥 유명 연예인과 사귀고 있다는 둥
헛소리인지 진심인지 알 순 없지만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었답니다
저 역시 열린 옷장을 소개해 주며 옷장 지기로 일하고 있다고 말해주었죠
그때 한 친구가 게슴츠레 눈을 뜨고 붉은 볼로 이렇게 묻더군요
"용현 너는 왜 그런 곳에서 일해? 네가 하고 싶었던 일은 그게 아니었잖아?"
그의 짧고 단순하지만 힐문과 같은 물음에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 쥐고 있던 술잔을 무겁게 내려놓았죠
순간 적막이 흐르고 시간이 아주 길게 고무줄 늘어나 듯 늘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수 초의 적막 흐르고 내려놓은 술잔을 다시 들어올리면서 아주 멋쩍게 웃으며
"여기서 일하게 너무 재미있고 좋아,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너무 좋고..."
친구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아 그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른 이야기를 이어 나갔죠
물론 이 친구들은 학창 시절 저를 너무 잘 알기에 친구들과 노는 것 좋아하고, 남 앞에 서는 것 즐겨 하며,
야구팀의 포수를 맡았었고, 클래식 음악을 듣는 독특한 사람이란 걸 잘 알기에
그랬던 친구가 열린 옷장에서 일한다는 걸 가벼운 호기심에 던졌던 물음이었겠지만
저에겐 제 일생을 뒤돌아보게 만들어준 거대한 물음이었습니다
동창회가 끝나고 집으로 비틀비틀 걸으며 천천히 돌아왔죠 술에 취한 건지,
제가 여태껏 걸어온 삶의 의구심에 취한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날은 참 밤이 길었습니다 초 저녁만 되면 기절하듯 잠드는 제가 졸지도 않고 멍하니 앉아 친구의 질문을 되새기며
허공에 혼자 대답을 하고 있길 바빴습니다 마음만은 아직 동창회 자리에 계속 있었나 봅니다
결코 일말의 거짓은 없습니다 절대 에둘러 표현한 것도 아니고요
제가 열린 옷장에서 일하는 게 즐겁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대답 말이죠
순백의 대답이었고 모든 것을 눌러 담아 대답한 거였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완벽하게 어설픈 대답이었겠고
대답을 회피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했겠지만요
생각해 보면 저는 가진 것 하나 없지만 참 욕심 많고 하고 싶은 것 가득한 사람이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경제학과 법학을 좋아해
법조계에 취업을 하는 꿈을 가졌지만 재수할 수 있는 여력이 안된다는 생각에 일찍 포기했죠 이건 아주아주 큰 변명이겠지만요
그렇게 무엇 하나 가진 것 하나 없던 저에게 처음으로 가지고 싶었던 직업으로는 군인이었습니다 위계질서 강하고 모든 것 하나하나 규칙이 있던 군대 조직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조직을 리드하면서 남 앞에 서는 것에 거리낌 없고 자기희생의 가치를 숭고하게 여겼던 제 성향과 너무 잘 맞았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훈련 도중 몸을 크게 다치면서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전역을 권유받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크게 회의감을 느껴 내려놓았죠
저는 이렇게 전역하고 어렵사리 찾은 다음 목표는 특급호텔의 퍼스트 소믈리에 되는 것이었죠 쌈짓돈 털어 어설픈 정장을 구매해 호텔에 입사했죠
이때 제 첫 정장을 입으며 폼 잡던 제 모습이 떠올라 글을 적고 있는 이 순간도 실소가 절로 흐르네요
(이때 찍었던 사진들이 아쉽지만 찾을 수가 없네요 나름 멋졌는데 말이죠!!)
당연 바로 소믈리에 직책을 맡지는 못했지만 군 조직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호텔 분위기에 저는 어렵지 않게 적응하며 즐거워했죠
하지만 철옹성 같은 정규직의 벽을 넘지 못한 채 하나 둘 떠나가는 선배들을 보며 불안에 떨고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언젠간 나도 저렇게 되려나 제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지지 못한 채
조금 더 안정적인 것을 찾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두려워했습니다 그때 문득 떠오른 게
'와인과 커피는 비슷하지 않을까? 커피는 내가 가게를 차릴 수도 있는 거잖아?'
라는 확신에 유명 M 기업의 프랜차이즈 카페에 입사했습니다 바리스타의 일은 너무 즐거웠습니다
모든 것이 체계적이었고 모든 것이 멋졌고 모든 것이 아름답고 내 모든 것을 쏟아낼 수 있는 공간이었죠
업무가 너무 바쁠 땐 집에 돌아가지 않고 주방에서 상자를 깔고 잠을 자고 건물 공용 화장실에서 씻고 이런 생활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또한 즐거웠습니다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죠 ㅎㅎㅎ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대회를 나가 세계적인 최초의 한국인 바리스타가 되는 꿈을 꾸며 말이죠
이런 정상적? 이지 못한 모습에 다른 분들이 놀라워하며 저를 좋게 평가해 주셨고 남들보다 일찍이 진급하며 어린 나이에 책임자 직급을 얻으며 저를 따르는 직원들까지 생겼죠 여기까진 모든 게 완벽했죠!
하지만 저는 돌연 퇴사하게 됩니다 왜냐고요? 이건 말씀드리기 조금 부끄러워 적지 못하겠네요!! ㅎㅎ 궁금하시죠?
열린 옷장 찾아와주세요~! 저와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말씀드릴게요!!
카페를 퇴사하고 저는 지독한 방황의 침체기가 찾아옵니다 망망대해에 떠있는 나룻배 같았죠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뭘 추구해야 할지는 고사하고 어떻게 벌어먹고 살아야 할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직면했죠
이때부터 제가 할 수 있는 돈을 벌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다 했습니다 로스터리 공장, 에어컨 설치기사, 음식점, 택배 기사, 형광등 설치기사, 백화점 CS, 콜센터, 주차장 관리, 건물 청소, 공사장 잡부, 엘리베이터 설치 등
특별한 경력이나 조건 없는 일든은 닥치는 대로 다 했던 것 같습니다 저 일들 중 가장 마지막으로 했던 일은 엘리베이터 설치기사였죠
엘리베이터는 굴뚝같은 통로 안으로 들어가 설치를 하는데 온갖 흙먼지 입에 물고 기름 뒤집어써가면서 일을 했죠
하지만 정말 고역이었던 건 퇴근길이었습니다
한여름에 땀에 절은 쉰내, 먼지와 기름 뒤집어쓰고 차가 없던 저는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야 했을 때, 그 퇴근하는 사람으로 꽉 막힌 2호선 지하철 안 사람들은 저를 피해 홍해 갈라지 듯 저를 피하더군요
그러곤 잠시 후 지하철 안전요원이 타더니 저를 잡아끌며 잠시 내려서 이야기하자고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승객들 민원이 들어와서 노숙자인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안전요원을 뒤로하고
다시 지하철에 올라 집에 돌아갈 때 저는 아주 크게 울었죠 부모 잃은 어린아이처럼 '엄마' 부르짖으면서 절규했죠 아마 그때가 제가 태어나서 가장 크게 가장 많이 울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ㅎㅎ
이때 무엇인가 홀린 듯 살기에 가까운 독기로 가득 차 다짐했죠 나를 지하철을 못 타게 했으니 내가 기관사가 돼서 내가 직접 운전할 것이다 (조금 창피하네요 ㅎㅎㅎ)
다짐하며 당장 서점으로 들어가 기관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서적을 사고 입교 시험을 쳐서 철도 사관학교에 입교해 1년 만에 면허증을 취득해 버렸죠 뭔가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독기로 가득 차 살았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하라면 절대 못할 것 같네요 어떻게 했는지도 기억조차 없습니다...ㅎㅎㅎ 기억하기 싫은 것이겠죠??
그렇게 기관사가 되었냐고요?? 아뇨~!! 그렇다면 제가 여기에 글을 적고 있진 않았겠죠? 그렇게 20대 후반에 면허를 취득해
K사, S사에 입사하려 했지만 갑작스러운 전공과목 도입으로 이 또한 도와주지 않더군요
다시 한번 크게 좌절하고 전공과목을 공부했지만 정말 수십 번 낙방했습니다 사실 '면허 취득 이후 의욕을 잃어버렸다' 쪽이 더 맞는 말 일 것 같네요 나중에 이것을 '번 아웃'이라고 표현한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습니다
그래도 오랜 시간 이것만큼은 해보겠다고 질기게 억지로 붙잡고 있었습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열린 옷장에서 주말만 근무하면서 말이죠
그런대 열린 옷장 이곳은 정말 신기한 공간이었습니다 저도 살면서 정말 다양한 일들을 해봤다고 이야기 해왔지만 제가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을 하게 되며 이상한 것 들 투성이였습니다
위계질서 없이 수평적이고 화목한 가족 같은 분위기, 대여자분들에게 정장을 입혀드리면서 알 수 없는 뿌듯함과 보람을 느꼈고 정장을 입고 거울 앞에 서있는 대여자분들의 어색해 하면서 묘한 긴장감 가득한 모습을 느끼며
넥타이를 매드리면서 흐뭇해하고 있는 거울 속 제 모습을 보면서 여태껏 제가 살아온 방식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치열한 경쟁, 수직적인 계급 없이도 하나의 조직이 운영되고 타인을 위한 선한 의도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고
생존, 경쟁, 투쟁에 가까웠던 제 삶을 다시 되짚어 보게 되었죠
그러고는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구나 누군가가 먼저 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해주고, 경사 소식을 함께 기뻐하고 때론 누군가의 조사를 무거운 마음으로 함께 준비하는 열린 옷장...
항상 변명 가득하고 도망치기만 했던 부끄러운 저의 과거를 부정하며 힘겹게 버텨왔던 저의 삶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주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 가족들입니다
누군가는 저에게 어머니 때론 아버지같이 한없이 부족한 저에게 손 먼저 내밀어 주셨고
누군가는 어린 시절 동네 친한 형처럼 듬직했고
누군가는 열정 가득하고 가르침 달라고 조르고 싶은 선생님 같고
누군가는 옆집 누나처럼 친근하고 따스했고
누군가는 우아하고 세련되어 함께 하고픈 여배우 같고
누군가는 똑똑하고 바른 여동생 같고
누군가는 상냥하고 봄바람 같은 사람 같으며
누군가는 딱딱한척하지만 속마음은 누구보다도 부드러운 사람입니다
저는 이런 가족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어느 하나 나의 존재를 인정해 주지 않고 필요로 해주지 않던 세상에 먼저 손 내밀어 주고 따스히 안아 주었던 곳 열린 옷장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친구에게 이곳에서 일하는 게 정말 즐겁고 여기가 좋다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일하는 이유기도 하고요
누군가는 분명 이렇게 말할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결국 포기하고 이루지 못한 자의 비겁한 변명이다
네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리 대단한 사람도 훌륭한 사람도 좋은 사람도 아니라는 걸요 오히려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면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며 정당하게 땀 흘려 일하고 있다고 그것이 만족스럽다면 행복한 삶 아니겠냐고 말하고 싶네요
이젠 누군가의 듬직한 기둥이 되어 다른 사람의 삶을 지탱해 주고 열린 옷장의 선한의도 알려지도록 힘닿는 데까지 소리 질러 볼까 합니다
두서없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